당신에게도 같은 충고를 해주고 싶다.
"사랑의 신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군형법 같은 건 정말 네가 군대에 가서 잡혀갈 수도 있는 너무 큰 문제잖아, 어떻게 동성애자 다 잡아간다는데 널 군대를 보내. 그래서 막 그런 집회(군형법 폐지 집회)도 가게 된 거지. 가기 전에는 내가 뭐 구호 외치는 걸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가니까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하게 되더라고.(웃음) 아 이게 부모의 힘인가. 부모가 돼서 내가 이렇게 됐나. 옛날에는 자신감이 없어서 못 나섰지만 이제는 자식을 위해서 내가 이렇게 용기 내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싶은 거지. 그리고 반성도 좀 해. 왜 그동안은 사회적 소수자들, 이런 문제에 관심을 깊게 안 가졌을까.
커밍아웃 후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아이와 둘이서 여행을 다녀왔다. 길을 가다가 호기심에 가득 찬 주위의 시선에 태연한 척 해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시하다가도 한 번씩 짜증을 내곤 한다. 아이가 평생토록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하다가도 '엄마인 내가 괜찮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하며 속으로 되뇌곤 했다.
한국에서 동성애자는 군 면제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반드시 군대에는 가야 하지만, 만약 군대에서 다른 동성애자 병사가 아웃팅 협박에 못 이겨 자신의 이름을 자백하거나, 게이 데이팅 어플을 감시하던 군검사에게 적발된다면 감옥에 가야 한다. 사실상 한국 군대가 게이 수용소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선 동성애자가 군 내 위협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된 지 오래이다. 동성애자 군인이 미 육군 장관으로 임명된 사례는 동성애자 군인에 대한 시류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육군참모총장은 본인의 그릇된 종교적 신념을 위해 군의 수사 인력을 동성애자 표적 수사에 투입하는 무의미한 일에 국방비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내 자신에게 혹독할 만큼 엄격하게 살아온 내가 엄청난 감정적 교란과 시간을 팔아 겨우 하나 마음에 담은 것이 '성정체성에 대한 무지'였다는 것이 너무 허망하고 억울하고 부끄러웠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사랑하는 내 자식인데 몰라서 그랬었다는 것이 도저히 용서되지 않았다. 평소 나는 강단에서 '당연시하며 터부시하는 것'을 학문하는 자가 항상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태도라고 하였는데, 부끄럽게도 내 자신이 이분법적 성정체성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터부시해 왔었다는 사실에 견딜 수 없는 자괴감이 들었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럼없이 대하게 될 때까지 엄마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으셨다. 밥을 짓다가 빨래를 개다가 길을 걷다가 문득 아들이 게이라는 생각에 울컥 눈물을 쏟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셨다고 하니 엄마의 고통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다. 빨갱이 아들보다 게이 아들을 더 견디기 힘들어 한 엄마였다. 그러다 차츰 머리로는 이해하게 되셨다. 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모두들처럼, 게이들도 참 전형적인 제 몫의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 특히 내 나이 또래나 나보다 조금 더 형님인 게이들이라면 넌 여자친구 안 사귀냐? 형은 여자친구 안 사귀어? 오빠는 여자친구 안 사귀어요? 라는 식으로 거의 모든 친척들에게 집중포화를 맞기 십상이다. 실제로 주변에 보면 이런 오지랖을 피해 일부러 고향에 안 내려가는 게이들도 참 많다. 한국에서 태어난 게이 주제에 양가의 축복을 받고 결혼식을 올린 우리는 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 일이 없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쳐도, 일가 친척이 모인 남편의 큰집에 함께 찾아가 차례상에 절을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